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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님 장편소설 곧 출간된다고 합니다.
기대됩니다.
책소개 들어갑니다.
이야기의 아름다움을 증명해온 소설가 김금희가 장편소설 『대온실 수리 보고서』를 선보인다. 살아남은 역사의 잔재인 창경궁 대온실을 배경으로 한 가슴 아픈 역사와 인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려는 신념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김금희 소설세계를 한차원 새롭게 열며 근래 보기 드문 풍성한 장편소설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작이다.
30대 여성 ‘영두’가 창경궁 대온실 보수공사의 백서를 기록하는 일을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두는 석모도 출신으로, 중학생 때 창덕궁 담장을 따라 형성된 서울의 동네인 원서동에서 유학을 한 경험이 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창경궁’이라는 말을 듣고는 마음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처음엔 백서를 기록하는 일을 맡기를 꺼린다. 그곳에서 아주 크게 인생이 꺾이는 일이 있었다는 듯이.
책속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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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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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항상 어떤 장소를 지워버림으로써 삶을 견뎌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잊어야겠다 싶은 장소들은 아예 발길을 끊어서 최대한 망각할 수 있게 노력해왔지만 이 일을 맡으면 그곳에 대해 생각하고 더 알게 될 것이었다. 거기에는 일년 남짓의 내 임시 일자리가 있었고 600년 전에 건축된 고궁이 있었고 잊지 않으면 살 수가 없겠구나 싶어 망각을 결심한 낙원하숙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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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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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이 국가등록문화재이긴 한데 좋은 마음으로 안 보게 되잖아요. 일제 잔재라고. 창경궁 복원공사 때 다른 시설 다 철거되는데 겨우 살아남았죠. 생존 건물인 셈이에요. 기관에서는 그런 면을 꼭 써달라고 하더라고요.”
“살아남은 거요?”
“네, 그리고 실측이 진행 중인데 지하 공간이 발견됐거든요. 좀 흥미로워졌어요.” -
P.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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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그런데 어쩔 것이야, 다음을 기다려봐야지. 그런다고 바다 소금이 어디 가버리는 것도 아니고. 사는 게 말이야, 영두야. 꼭 차 다니는 도로 같은 거라서 언젠가는 유턴이 나오게 돼. 아줌마가 요즘 운전을 배워본 게 그래.”
“유턴이요?”
“응, 그러니까 돌아올 곳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알고 있으면 사람은 걱정이 없어. 알았지? 잘 왔다, 잘 왔어.” -
P.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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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믿는 게 잘못은 아니야. 네 말대로 그렇게 혼자라면 믿어야 살 수 있으셨겠지. 어떤 사람들은 그래서 누군가를 믿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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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5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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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좋은 부분을 오려내 남기지 못하고 어떤 시절을 통째로 버리고 싶어하는 마음들을 이해한다. 소중한 시절을 불행에게 다 내주고 그 시절을 연상시키는 그리움과 죽도록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그 무거운 무력감과 섀도복싱해야 하는 이들을. 마치 생명이 있는 어떤 것의 목을 조르듯 내 마음이라는 것, 사랑이라는 것을 천천히 죽이며 진행되는 상실을, 걔를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이 가르쳐주었다.
- P. 176~177
- 아이 때는 다리가 있으나 없으나 어디를 갈 수 없는 건 매한가지다. 어른이라는 벽이 둘러싸고 있으니까. 우리 곁에 균열이 나지 않은 어른은 없었다. 그러니 불안하지 않은 아이도 없었다. 지금 목격하는 저 삶의 풍랑이 내 것이 될까 긴장했고 그러면서도 결국 양육자들이 이기지 못해 사라질까봐 두려웠다. 마구 달려서 자기 마음에서 눈 돌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아닐까. 나는 아마 산
아도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
P. 207~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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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과장 말처럼 그냥 지나가도 좋을 것이다. 어차피 사람들이 원하는 건 사면이 유리로 된 온실의 아름다움이지 그 아래 무엇이 있었는가가 아닐 테니까. 땅 밑은 수리와 복원의 대상도 아니니까. 하지만 질서에는 어긋날 것이다. 그렇게 묻은 상태로는 전체를 알기란 어려울 것이다. 공동과 침하가 계속되겠지. 개인적 상처들이 그렇듯이. 그렇게 한쪽을 묻어버린다면 허술한 수리를 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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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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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아는 왜 옛날이야기들은 이렇게 슬프게 끝나는지 모르겠다고, 역사책 읽을 때마다 해피엔드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너무 옳은 말이라서 또다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역사가 슬픈 건 죽은 이들 때문일 수도 있고, 늘 미완으로 남는 소망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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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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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중학교 때 서울 가서 살았잖아? 거기가 창경궁 근처였거든. 못난 소리지만 그것도 내키지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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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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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이 국가등록문화재이긴 한데 좋은 마음으로 안 보게 되잖아요. 일제잔재라고. 창경궁 복원공사 때 다른 시설 다 철거되는데 겨우 살아남았죠. 생존 건물인 셈이에요. 기관에서는 그런 면을 꼭써달라고 하더라고요.˝
˝살아남은 거요?˝
˝네, 그리고 실측이 진행 중인데 지하 공간이 발견됐거든요. 좀 흥미로워졌어요.˝ -
P.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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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거리는 불행의 촉각을 느끼며 나아갔다. 여기에 남는 것과 강화로 돌아 가는 것 그 둘 중에 무엇이 더 큰 불행인지 가늠해보고 싶었다. 이 연못이 한가운데까지 완전히 얼어 있는 것과 아직 어딘가는 얼어붙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 그에 대한 긴장과 두려움을 모두 느끼며 질주했다. 구름이 달을 통과하자 달빛이 쏟아졌고 거기서 떼어낸 투명한 빛들이 내가 달리는 방향으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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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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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르면 옆 사람들 적당히 따라 하고, 안 되겠시면 흠자 긍매지 말고 도와달라 그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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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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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이 창덕궁과 창경궁에 박물관과 식물원 그리고 동물원을 만드는 데 동조한 것도 교육을 위해서였다. 순종은 어찌 되었든 왕국 문을 직접 열어 근대 문물 수용에 앞장서는 행동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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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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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수 있을까?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미 정리된 과거의 방에 누군가를 다시 들이기 싫었다.
하지만 만나고 싶은가?가고 물었을 때는 의외로 그렇다는 확실한 마음이 들었다. 만나고 싶었다. 낙원하숙 시절 얘기도 하고 기억 속 일들을 울지 않고 웃으며, 공유하는 추억을 펼쳐 남들처럼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고 나서 집으로 돌하오면서는 이제 내가 그 일을 웃으며 이야기하네,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 덤덤해하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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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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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가욕심나는 것이 두려웠다. 이미 차가운 실망 속에서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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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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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슬픈 말이다. 사람을 포기한다는 말.˝
˝이모, 그렇게 마음이 약하면 어른으로 살 수가 없어. 안 되는 애는 안 돼. 으이구, 그러니까 엄마가 만날 이모 걱정을 하지.˝ -
P.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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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하느님이 칭찬하셔?˝
˝침국하시지. 기도는 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다리기 위해 하는 거니까.˝ -
P. 333트라우마는 그렇게 기본적인 행위부터 부수며 사람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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