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들어갑니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한국문학의 대체불가한 작가로 자리매김한 정유정의 신작. 500여 쪽을 꽉 채운 압도적인 서사와 적재적소를 타격하는 속도감 있는 문장, 치밀하고 정교하게 쌓아올린 플롯과 독자의 눈에 작열하는 생생한 묘사로 정유정만의 스타일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한편, 더 완숙해진 서스펜스와 인간의 심연에 대한 밀도 높은 질문으로 가득 찬 수작이다.
《완전한 행복》은 버스도 다니지 않는 버려진 시골집에서 늪에 사는 오리들을 먹이기 위해 오리 먹이를 만드는 한 여자의 뒷모습에서 시작된다. 그녀와 딸, 그리고 그 집을 찾은 한 남자의 얼굴을 비춘다. 얼굴을 맞대고 웃고 있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서로 다른 행복은 서서히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이 기묘한 불협화음은 늪에서 들려오는 괴기한 오리 소리와 공명하며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들은 각자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노력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처럼, 그림자는 점점 더 깊은 어둠으로 가족을 이끈다.
소설은 ‘인간은 행복을 추구한다’는 일견 당연해 보이는 명제에서 출발하면서도, ‘나’의 행복이 타인의 행복과 부딪치는 순간 발생하는 잡음에 주목한다. 전작들에서 악을 체화한 인물을 그리기까지 악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끌고 나간 정유정은 이번 소설에서는 악인의 내면이 아니라 그가 타인에게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에 초점을 맞춘다.
자기애의 늪에 빠진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삶을 휘두르기 시작할 때 발현되는 일상의 악, 행복한 순간을 지속시키기 위해 그것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가차 없이 제거해나가는 방식의 노력이 어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지를 보여주는 《완전한 행복》은 무해하고 무결한 행복에 경도되어 있는 사회에 묵직한 문학적 질문을 던진다.
책 속에는 어떤 내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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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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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것은 '비밀의 규칙' 중 하나였으므로. 이해하지 못한 한 가지를 물어서도 안 될 것이다. 가까스로 얻은 저 따뜻한 물이 다시 얼어붙어버릴 테니. 지유는 입안에서 빙빙 도는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
아빠는 왜 휴대전화를 놔두고 갔어요? -
P.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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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한번 구체적으로 얘기해봐.˝
불시에 일격을 당한 기분이었다. 그처럼 근본적인 질문을 해올줄은 몰랐다. 사실을 말하자면 행복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한 적이 없었다. 고민한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니까. 그는 머뭇대다 대답했다.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그녀는 베란다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먼 지평선을넘어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유리문에 반사된 실내풍경 뿐일 텐데.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
P.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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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오리 먹이를 잘 만든다. 지유는 만드는 법을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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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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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규칙을 정하는 사람이었다. 규칙을 어기면 벌을 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엄마에겐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았다. 용서를 빈다고 용서해준 적도 없었다. 지유는 가차 없이 벌을 받아야 했다.
고아가 되는 벌이었다. -
P. 11
행복한 오리집엔 청둥오리가 가장 많다. 원앙이라는 오리도 있는데 수컷이 인형처럼 예쁘다. 엄마는 놈을 ‘개자식’이라고 부른다. 바람둥이기 때문이다. 쇠물닭은 오리도 아니면서 오리집에 빌붙어 사는 이상한 새다. 더 이상한 놈은 되강오리인데, 물속이나 수초틈에 숨어 있기를 좋아한다. 해 질무렵이면 안개가 부옇게 피어오르는 습지 않에서 비명을 지르듯 운다. 때로는 지유의 꿈속에서도 운다. -
P.68
잘해라. 잘못하면 자다 간다. 진우는 말해놓고 혼자 킬킬거렸다. 묘하게 신경을 긁는 말이었다. 녀석은 작년에도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땐 술집이 아닌 결혼식장이었다. -
P.69
결혼해 살면서도 그놈과 만났던 거구나, 그놈과 살려고 이혼하자고 했구나. 자유를 찾아간다더니, 그놈 이름이 자유였구나....... -
P.95
그는 또 속이 뒤집혔다. ‘알았어’도 아니고 ‘응’도 아닌 ‘o‘ 이라. 이 여자 대체 나를 뭘로 보는 걸까? -
P.112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중략)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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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판단하기로 유나는 단순한 엄마가 아니었다. 아이의 영혼을 지배하는 절대자였다. 유일무이한 세계였다. 유나를 잃는다는 건 모든 걸 잃는다는 의미였다. -
P.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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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저절로 이뤄지는 듯한 때가 있다. 하늘이 자신을 위해 큰 그림을 그려주는 것 같은 때. 그때가 바로 그때였다. 그는온 우주가 보내는 호의적인 기운을 느꼈다. 운명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자신을 돕고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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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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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한번 구체적으로 얘기해봐.˝
불시에 일격을 당한 기분이었다. 그처럼 근본적인 질문을 해올줄은 몰랐다. 사실을 말하자면 행복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한이 없었다. 고민한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니니까. 그는 머뭇대다.
대답했다.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
P.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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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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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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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알고 싶었다. 아내가 언제 이런 마법을 부렸는지. 자신이눈멀고, 귀가 닫히고, 입이 막힌 상태로 장례식장에 처박혀 있던지난 며칠 중 어느 날에? 경찰서에 불려가 횡설수설을 거듭하고있을 때? 노아가 부검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다리던 그 막막한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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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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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되는지, 그녀는 묻지 않았다. 물을 필요가 없었다. 유나는 자신의 결정을 타의에 의해 바꾸지 않는다. 아니, 타의 자체를 불쾌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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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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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은 질문 하나가 그녀의 머리에 떠올랐다. 자신이 예감하고있는 어떤 일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리하여 유나를 잃게 된다면, 지유는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 였다. 그녀가 판단하기로 유나는 단순한 엄마가아니었다. 아이의 영혼을 지배하는 절대자였다. 유일무이한 세계였다. 유나를 잃는다는 건 모든 걸 잃는다는 의미였다. 자신은 바로 그런 일을 하려 하고 있었다. 아이에게서 유나를 빼앗는 일, 아이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일. -
P. 457짐작대로 지유는 아내에게 길이 든 아이였다. 다만 의외다 싶은것이 하나 있었다. 복종의 밑바닥에 도사린 저항감이었다. 은밀하지만 분명하게 감지되는 느낌이었다. 단순히 어떤 일에 한정하는저항도 아니었다. 다분히 기질적인 것이었다. ‘엄마 말이 옳아‘ 하면 ‘네‘ 하고 돌아서서 ‘아니 내가 옳아‘ 하는 유의 저항. 예민한 아내가 그걸 포착하지 못할 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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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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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행복해?
아내는 무표정하게 대답한다.
아니. 나는 참 운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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